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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물생활, 해수어/해수어 대백과

해수어 키우기 1 - 시작하기 전에

2014년 4월 어느날,
청계천 어느 수족관에서 말미잘에 부비부비하는 니모에 푹 빠져 막무가내로 짠물 생활을 시작한지 
어느덧 만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돌아보면 참 많은 시행 착오가 있었고, 여전히 아는 것보다 모르는게 많은 어려운 취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부터 시간 나는대로 짬짬히 포스팅을 통해 새롭게 해수어를 시작하려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들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이 글은 그 첫번째 글로 짠물생활을 시작하기에 앞서 생각해 봐야할 것들에 대해 정리해 보려고 한다. 해수어는 상당히 까다롭고 아직은 보편적인 취미가 아니라 막연하게 시작하게 되면 그만큼 중복 투자를 할 수 밖에 없고 시행 착오가 클 수 밖에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재미도 느끼기 전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부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시작해 본다.


1. 해수어가 무엇인가요?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
 "저는 해수어를 키우는 취미가 있어요."
 "아.. 열대어요?"

지난 3년간 이런 식의 대화가 엄청 많았다.
해수어란 용어가 그렇게 어렵지 않음에도 이런 대화가 오간다는건 그만큼 이 취미가 일반적이진 않다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ㅎㅎ. 짐작컨데 물고기를 키우는 것을 취미로 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그 와중에도 해수어라니.. 또 해수어가 낯선 반면 열대어를 키우는 분들은 주변에 종종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키우는 열대어는 보통 아열대 지역에 사는 민물고기이다. 따라서 열대어는 해수어가 아니다.

 1) 담수어 : 민물고기. 금붕어 같이 수돗물로 키울 수 있는 물고기
 2) 열대어 : 일반적으로 열대지역 민물에 사는 고기로, 특정 온도 이상으로 온도를 관리해 줘야 하는 담수어.
 3) 해수어바닷 물고기. 키우려면 바닷물을 만들어 줘야 한다. 

즉 이 취미는 바닷 물고기를 집에서 키우는 취미이다. 그래서 짠물 생활이라고 하며 해수어를 잘 키우기 위해선 바다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넓디 넓은 미지의 비다와 비슷한 환경을 집에? 그게 가능해?
왜 이 취미가 힘든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만의 작은 바다를 갖는다는 것 ! 그게 이 취미에 빠져드는 이유라고 하겠다.


집에서 이런 니모의 부비부비를 볼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다...



2. 어떤 생물을 키울 것인가 - F/O? 짬뽕항?


짠물 생활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어떤 생물을 키울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해수어 키우기 취미는 이론적으로 바닷물을 만들고 바다에서 사는 생물은 무엇이든 키울 수 있는데, 어떤 생물을 키우느냐에 따라 장비 선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장비 선택 전에 어떤 어항을 꾸며 나갈지 생각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문제는 산호를 키울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다.

여기서 F/O 라는 용어가 나온다.

 1) F/O 어항 : Fish Only 의 의미. 물고기만 키우는 어항
 2) 산호항 : 산호만 키우는 어항
 3) 짬뽕항 : 물고기, 산호를 함께 키우는 어항 

이렇게 키우는 생물을 구분하는 이유는 각각에 따라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산호항의 경우 바닷물을 만드는 것 외에 산호의 먹이가 되는 미량 원소 등을 공급하는 문제 및 향상성 유지에 조금 더 까다로운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비 선택에 신중을 가해야 하며, 짬뽕항의 경우는 이보다 더 신경 쓸 일이 많다. 물고기 먹이로 주는 사료가 산호에게 안좋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다 많은 관리가 필요하고, 이런 관리를 자동으로 하기 위해선 추가 장비가 필요해 지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생물을 키울 것인지 필요한 장비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시작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F/O는 해외 리퍼(이 취미를 하는 사람들을 일컷는 말)들이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다.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바다를 선호하지만 우리 나라 리퍼들은 종종 F/O로 운영하기도 하며, 해수어가 워낙 아름답기 때문에 F/O 수조도 매우 매력적이다. 다소 단조로운 패턴은 데드락이나 조형물을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1. F/O 어항 (출처 : http://www.madhattersreef.com/types-of-saltwater-aquariums/ )


2. 산호항 (출처 : http://www.madhattersreef.com/20-ways-improve-aquarium-husbandry/)


3. 짬뽕항 (출처 : http://reefkeeping.com/joomla/index.php/current-issue/article/154-tank-of-the-month)


3. 여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 - 베를린 시스템? 자베르 시스템?
해수어를 시작하게 되면 여러가지 낯선 용어들을 접하게 된다. 그 중 많이 듣는 용어가 베를린 시스템과 같은 어항의 여과 시스템과 관련된 용어라고 생각이 된다.
쉽게 생각하면 어항은 좁은 공간에 물을 가둬 두고 생물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물이 쉽게 오염된다.
오염된 물을 어떻게 정화시켜야 할까?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주기적으로 물을 갈아주는 방법일 것이다. 매우 부지런 하고 물갈이가 재밌는(그럴리가..) 리퍼라면 별도의 장비 없이 물갈이를 하며 물고기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며, 여행 등 직접 물갈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아마도 그 어항은 순식간에 폭탄을 맞게 될 것이다.
베를린 시스템, 자베르 시스템이라고 불리우는 방법론은 오랜 시간 좁은 어항에서 생물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연구한 결과들로 생각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오염된 물을 정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좀 더 안정적으로 바다 생물을 키울 수 있을까? 와 같은 물음에 대한 답으로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대로 따라하지는 못하더라도 여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때 기본적으로 이해를 하면 좋은 것이 "질소 사이클" 과 "물잡이" 이다.

1) 질소 사이클
   ① 물고기의 분비물이나 죽은 생물을 박테리아가 분해하는 과정에서 '암모니아' 가 생성된다.
        암모니아는 독성이 강하며 물고기의 호흡을 방해하는 등 물고기에는 치명적이다.
   ② 암모니아는 '니트로소모나스(nitrosomonas)'등의 아질산균에 의해 '아질산염' 으로 산화된다.
   ③ 아질산염은 '니트로박터(nitrobacter)' 등의 질산화균에 의해 '질산염'으로 산화된다.
        질산염은 산호나 무척추 생물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종 산물인 질산염은 
        이끼의 성장에 도움을 주게 되며, 질산염을 방치한 어항에서는 이끼가 폭풍 번식할 수 있다.

결론은 독성이 강한 암모니아를 독성이 그보다는 약한 최종 산화물인 질산염으로 산화시킨 후, 최종 산화물인 질산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여 어항 물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시스템이 여과 시스템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할 일은 바로 '아질산균', '질산화균' 과 같은 박테리아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어항내에 만들어 주어 암모니아가 '질산염'으로 산화되도록 함과 동시에 최종 산화물인 '질산염'을 제거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초기 어항의 시스템을 확립하는 과정에 필수적인 '물잡이'는 바로 이러한 박테리아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다. 물잡이를 잘 수행한 어항에는 충분한 박테리아가 서식하며 자연적인 정화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것이다.

2) 물잡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 해수어는 인내가 필요하다.
위에 잠깐 언급한 대로 질소 사이클을 자연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박테리아들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우리는 흔히 물잡이 기간을 거친다. 해수어의 경우 물잡이 기간을 충분히 거치지 않으면, 생물을 키울 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칫 매우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리퍼가 취해야 하는 행동을 기준으로 보면 물잡이는 굉장히 쉬운 개념이다. 단, 예쁜 물고기를 빨리 넣고 싶은 욕심을 참는 것이 사람으로선 매우 어려운 일이다...하아...
물잡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에 따로 포스팅을 할 생각이다.
이 글에서는 이 정도로 마무리를 하겠다.

그렇다면, 베를린 시스템이 무엇인가?
위에서 말한 질소순환 사이클을 자연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장비 및 환경에 대한 연구라고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베를린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할 필요도 없고, 작은 어항(나노항이라고 함) 에서는 그 시스템을 그대로 모방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대충 어떤 형태로 여과가 이루어 지는지 감만 잡아 보자.

3) 베를린 시스템 


베를린시스템 설명글 - 출처: 장래관님 홈페이지(http://www.reefcrazy.com)


    [베를린 방식의 대표적 특징]

   ① 박테리아의 서식을 위해 라이브락과 라이브 샌드를 두껍게 깐다.
       * 라이브 락 : 실제 바다에서 가져온 암석 조각으로 각종 미생물 및 박테리아가 서식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돌을 말한다.
       * 라이브 샌드 : 마찬가지로 미생물 및 박테리아가 '살아 있는' 샌드를 의미한다. 입자 크기에 따라
          구분되며, 보통 1 ~ 2 mm 입자를 보통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② 여과 장치로 고성능의 '스키머' 를 사용한다.
        * 스키머는 어항의 물을 빨아 들여 유기물을 분리해 내는 장치이다. 보통 컬렉션 컵이라고 하는 곳
           으로 오염된 물이 걸러지는 방식. 향후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4. 포스팅을 마무리 하며
해수어를 시작하기 전에 한번쯤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은 주제로 글을 써보았다.
비록 아직 나도 잘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전문성도 부족하고 내용도 많이 빈약하지만, 꼭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할 내용들을 초보 입장으로 풀어 쓰려고 노력했다. 
물론 나는 시작하기 전에 이런 것들을 전혀 모르고 시작했다.
동네 수족관에서 추천하는 어항을 그냥 샀고, 어항을 사오면서 함께 니모 2마리도 데려왔다.
물잡이란 것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소금만 풀어서 비중 대충 맞추고 바로 니모 2마리를 호기롭게 투입했다. 물론 결과는 예상 그대로 참혹했다.
카페에 가입해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진 않으면서 질문만 했고, 어떻게 하면 싸게 장비 및 생물을 구입할 수 있을지 장터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죽을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물고기를 넣고 "왜 자꾸 죽을까?"라는 걱정을 했던 지난 날의 나의 무지가 매우 부끄럽다. 또한 나의 무지로 불쌍한 물고기들을 떠나 보내야 했던 것이 후회된다.

해수어를 키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공부를 많이 하면 좋지만 그게 힘들다면 최소한의 이해를 바탕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누군가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걸 왜 돈까지 써가면서 취미로 하시냐고 묻는다면?
그건 나도 모르겠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ㅎㅎ
근데 퇴근해서 집에 갔는데 시원한 바다가 눈앞에 있고 그 안에서 생동감 있게 헤엄치는 바다 생물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즐겁다.
어항 앞으로  다가가면 밥 주는 줄 알고 달려드는 물고기들이 너무 귀엽다.
처음엔 500원 동전만 했던 산호가 라이브락을 뒤덮을 정도로 번식해 있는 것을 보면 너무 뿌듯하다.
가끔 내가 과학자가 된 것처럼 어항 수질을 측정하고 있는 모습에 놀라면서도 무언가 재미를 느낀다.
이게 해수어의 매력이라면 매력이겠다.
강아지,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 만큼의 교감은 아니겠지만, 분명 물고기도 주인과 작게나마 교감을 한다. 그걸 느끼게 된다면 이 취미의 매력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