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래치 시작하기 | 초등 3학년 아들과 첫날, 계획이 5분 만에 틀어진 이유
시작하며: "배우기 전에 한번 해보면 안돼요?"
저는 계획을 좋아합니다.
20년간 개발자로 일하면서 몸에 밴 습관이기도 하고, 무언가를 시작할 때 설계 없이 덤비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들의 스크래치 코딩 교육도 꽤 공들여 계획을 세웠습니다.
3월 시작, 주 1회 30~45분, 탐험 → 도전 → 창작 → 게임 순으로 단계적으로. 게임 만들기는 6월에나 해볼 계획이었습니다. 완벽했습니다. 적어도 아들한테 설명하기 전까지는요.

계획 발표 5분 만에 벌어진 일
아들에게 계획표를 보여주며 설명했습니다. 3월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거라고.
아들의 첫 반응은 이랬습니다.
🧒 "아빠, 저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저는 차분하게 답했습니다.
👨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없어. 단계적으로 배워 나가야 해."
그랬더니 아들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 "배우기 전에 한번 해보면 안돼요?"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었거든요.
개발자 아빠의 즉흥 판단
저는 잠깐 생각했습니다.
"20년간 개발자로 일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면,
완벽한 설계보다 일단 돌아가는 것을 먼저 만드는 게 낫다는 것이다.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완벽한 설계보다 일단 돌아가는 것을 먼저 만드는 게 낫다는 것이다.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기획서가 아무리 훌륭해도 실제로 코드를 짜다 보면 전혀 다른 문제들이 튀어나옵니다. 그래서 요즘 개발 현장에서는 작게 만들고, 빠르게 확인하고, 계속 개선하는 방식을 씁니다. 아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었습니다.
👨 "그럼 그냥 막 만들지 말고, 미션을 달성해 나가듯이 작게 작게 기능별로 도전 과제처럼 해보는 건 어때?"
🧒 "저 해보고 싶어요. 너무 재밌을 것 같다고요."
눈이 반짝였습니다. 계획을 설명할 때는 보이지 않던 눈빛이었습니다.
👨 "그럼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어?"
🧒 "로블록스 점프맵 같은 게임이요!"
👨 "그럼 일단 고양이가 클릭했을 때,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이동하는 걸 먼저 해볼래?"
🧒 "좋아요!"
그렇게 계획에 없던 첫날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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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실전: 10분 설명 + 40분 미션
즉흥으로 시작했지만 완전히 자유롭게 두지는 않았습니다. 미션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으니, 최소한의 도구는 알려줘야 했습니다.
10분 동안 설명한 것들은 딱 세 가지였습니다.
① 스크래치 화면 구조
블록 팔레트, 스크립트 영역, 무대가 각각 어디에 있는지.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블록 팔레트는 함수 라이브러리, 스크립트 영역은 코드 에디터, 무대는 실행 화면입니다.
블록 팔레트, 스크립트 영역, 무대가 각각 어디에 있는지.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블록 팔레트는 함수 라이브러리, 스크립트 영역은 코드 에디터, 무대는 실행 화면입니다.
② 오늘 쓸 블록 3개
"초록 깃발을 클릭했을 때", "x, y 좌표로 이동하기", "1초 기다리기". 이 세 개면 오늘 미션은 충분합니다.
"초록 깃발을 클릭했을 때", "x, y 좌표로 이동하기", "1초 기다리기". 이 세 개면 오늘 미션은 충분합니다.
③ 미션 내용
초록 깃발을 누르면 고양이가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할 것. 나머지는 알아서 해볼 것.
초록 깃발을 누르면 고양이가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할 것. 나머지는 알아서 해볼 것.
설명이 끝나자마자 아들이 바로 블록을 드래그하기 시작했습니다. 40분 동안 저는 거의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막히면 "어떻게 하면 될 것 같아?"라고만 물었습니다.
중간에 고양이가 화면 밖으로 사라지기도 했고, 숫자를 잘못 넣어서 순간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아들은 "어, 왜 이래?"를 반복하면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40분 후, 고양이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 "아빠! 됐어요!"
번외편: 자유 시간에 벌어진 일 😂
미션이 끝나고 10분 정도 자유 시간을 줬습니다.
"배운 블록으로 뭐든 해봐"라고 했더니, 아들은 바로 이것저것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따로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배경을 바꾸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냈고, 스프라이트를 추가하고 수정하는 것도 혼자 터득했습니다.
그렇게 아들이 완성한 첫 번째 자유 작품은... 바닷가 배경에 돌(Rock)을 올려놓은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잠깐, 그 돌이 왜 밤색이지? 🤔
🧒 "아빠, 봐봐요! 똥이에요! ㅋㅋㅋㅋ"
▲ 20년 경력 개발자 아빠의 첫 스크래치 수업 결과물... 바닷가 배경에 Rock을 밤색으로 바꿔 똥으로 만든 아들의 역작 😂
돌 스프라이트의 색상을 바꿔서 똥으로 만들어버린 겁니다.
20년 경력 개발자 아빠의 첫 스크래치 수업 결과물이 바닷가 배경에 떠 있는 똥이라니. 기대했던 그림은 아니었지만, 아들이 그 어느 때보다 신나게 웃고 있었습니다.
💡 사실 이게 중요한 겁니다.
배경을 바꾸는 법, 스프라이트를 추가하는 법, 색상을 수정하는 법. 제가 가르쳐준 게 아닙니다. 아들이 "똥을 만들겠다"는 확실한 목표 아래 스스로 찾아낸 겁니다. 동기가 있으면 아이들은 알아서 방법을 찾습니다. 그 동기가 꼭 숭고할 필요는 없습니다. 똥이어도 됩니다. ㅋㅋ
배경을 바꾸는 법, 스프라이트를 추가하는 법, 색상을 수정하는 법. 제가 가르쳐준 게 아닙니다. 아들이 "똥을 만들겠다"는 확실한 목표 아래 스스로 찾아낸 겁니다. 동기가 있으면 아이들은 알아서 방법을 찾습니다. 그 동기가 꼭 숭고할 필요는 없습니다. 똥이어도 됩니다. ㅋㅋ
개발자 아빠가 배운 것
계획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계획보다 먼저인 게 있습니다. 바로 흥미입니다.
아무리 잘 짜인 커리큘럼도 아이가 하고 싶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반대로 흥미가 붙으면 계획보다 훨씬 빠르게 나아가기도 합니다. 첫날부터 40분을 집중한 아이를 보면서 그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미션 방식도 생각보다 잘 맞았습니다. "이걸 배워"가 아니라 "이걸 해봐"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개발자들이 쓰는 스프린트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작은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고, 성취감을 느끼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
물론 6개월 계획표가 통째로 바뀐 건 아닙니다. 큰 그림은 유지하되, 세부 순서는 아들의 흥미에 따라 유연하게 가기로 했습니다.
마무리: 계획표는 지도일 뿐
3월 시작 계획은 2월에 이미 틀어졌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계획보다 한 달 일찍 시작한 것뿐이고, 아들은 이미 스크래치에 흥미를 붙였습니다.
"계획표는 지도입니다.
지도가 있다고 해서 정해진 길만 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
지름길이 보이면 가도 되고, 아이가 다른 길로 가고 싶다면 따라가도 됩니다.
목적지만 잃지 않으면 됩니다."
지도가 있다고 해서 정해진 길만 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
지름길이 보이면 가도 되고, 아이가 다른 길로 가고 싶다면 따라가도 됩니다.
목적지만 잃지 않으면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2일차 미션을 공유하겠습니다. 고양이 이동에 성공한 아들이 다음으로 원한 건 "점프"였습니다.
💬 자녀 코딩 교육, 계획대로 진행되고 계신가요?
아니면 저처럼 첫날부터 틀어지셨나요? 댓글로 나눠주세요!
다음 글 예고:
"스크래치 2일차 | 고양이를 점프시키고 싶다는 아들의 두 번째 미션"
"스크래치 2일차 | 고양이를 점프시키고 싶다는 아들의 두 번째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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